good plan news

법무법인 굿플랜을 알려드립니다.

 

언론보도 [국민일보] 노량진본동 개발 표류 13년째, 왜?… 대법 판결 비웃는 ‘집단 가등기’ 장벽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6-01-22

본문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노들역(지하철 9호선) 인근의 노량진본동의 한 주택가. 평일 오후 찾은 현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인근 대단지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는 차량이 오갔지만, 개발 예정지로 보이는 부지 쪽은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찢어진 안전망 사이로 먼지가 내려앉은 건축 자재들이 흉물스럽게 쌓여 있었다. 출입구 앞에는 붉은색 고급 스포츠카 여러 대가 서 있었다. 차량들이 막아놓은 좁은 빌라 진입로 안쪽을 들여다보니, 꽤 오랜 기간 공사가 중단된 듯한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공사가 중단된 채 13년째 방치된 동작구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 사업 부지다. 주변은 이미 대단지 아파트와 상가, 학원가로 채워졌다. 하지만 유독 이 부지만 공사가 십 수년째 중단된 상태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처음엔 공사가 금방 시작될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밤에는 어둡고, 사람들도 꺼리는 곳이 됐다. 누구 책임인지 떠나서 이 동네만 계속 버려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대법 판결 이후 멈춘 이유… ‘집단 가등기’라는 장벽

사태의 발단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2012년 조합 파탄 이후 시행사가 부지를 인수하면서 재추진에 들어갔다. 2017년 민간 개발 승인을 받은 시행사는 토지의 95% 이상을 확보했다. 이어 2023년 대법원에서 소수의 토지 소유자들에게 토지를 매각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매도청구권’까지 인정받았다. 통상적인 개발 절차라면 착공에 들어갔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현장을 멈춰 세운 것은 이른바 ‘집단 가등기’였다. 대법원 판결 전후로 토지 소유권을 지닌 일부 조합원들로 구성된 재산보호연대(재보연) 소속 회원들이 과거 매매예약을 근거로 본등기를 진행하거나, 빌라 한두 세대에 수십 명 명의로 가등기를 중복 설정하면서 소유권 관계가 급격히 복잡해졌다는 게 시행사 측 설명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빌라 2세대에 40명이 넘는 인원이 가등기권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도 있다”면서 “소유권을 쪼개 사업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하나의 부동산에 수십 개의 가등기가 중첩될 경우 매매, 금융, 인허가 등 어떤 절차도 진행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1심에서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가등기들에 대해 “사업 추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통정한 허위 의사표시”라며 “민법 제103조에 따른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집단 가등기를 일반적인 권리 행사가 아닌 ‘구조적 사업 방해’로 규정한 것이다.

1000억대 보상 요구… 피해 회복 vs 사업 봉쇄

갈등의 핵심은 결국 보상 규모다. 시행사 측은 현재 재산보호연대(재보연) 소속 회원들이 시세를 크게 웃도는 1인당 약 9억 원의 보상이나, 현재 시세 20억 원 안팎의 아파트 1채씩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행사 관계자는 “이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보상 규모만 최소 1000억 원에서 최대 1800억 원에 이른다”며 “이는 전체 사업 수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수용할 경우 금융 조달 자체가 불가능해 사업은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행사가 부담하는 이자 등 금융비용만 해마다 300억 원에 육박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재보연 측은 자신들을 ‘알박기 세력’이 아닌 ‘조합 실패의 피해자’로 규정한다. 재보연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시공권 확보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 파탄으로 서민들이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가등기는 거대 자본에 맞서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문제의 본질은 사업 방해가 아니라 원주민들의 정당한 피해 회복이라는 주장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사회와 예비 입주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범죄 우려와 주거 환경 악화를 호소하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업 지연으로 불어난 금융비용과 사업비가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공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가등기가 최종적으로 무효 확정될 경우, 장기간 사업 지연으로 발생한 금융 손실을 둘러싸고 개별 가등기권자들에게 민사상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우경 법무법인 굿플랜 변호사는 “가등기를 악용한 소유권 분산은 주택법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재판부가 이를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한 만큼, 사업 방해 목적이 명백한 등기에 대해서는 즉각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량진본동은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도시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장으로 꼽힌다. 법원의 ‘반사회적 행위’ 판결 이후에도 이 장벽이 걷히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노량진본동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